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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지나치는 여행도 좋다.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며 유명한 명소를 돌고, 사진 속의 풍경을 실제로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문득, 그보다 조금 느린 여행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렇게 한 문장을 떠올린다.
"진정한 여행자는 걸어서 다니는 자이며, 걸으면서도 자주 앉는다."걷는다는 것
도시의 골목골목을 걷는다는 건, 그 도시의 맥박을 느끼는 일이다. 버스나 지하철, 자동차 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그 거리의 냄새와 온도, 소음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경험이다.
걸으면 비로소 보인다. 벽에 그려진 오래된 낙서, 작은 꽃집 앞에 놓인 철제 의자,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있는 햇살 가득한 창틀. 이런 것들은 천천히 걷는 자의 눈에만 들어온다.
자주 앉는다는 것
그리고 걸으며 자주 앉는다는 건, 여행을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다. 마음이 끌리는 벤치나 노천카페에 앉아 그냥 그곳의 소리를 듣는다. 바람 부는 소리, 현지인의 웃음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악사의 연주.
앉아야 비로소 비워진다. 마음이 조급할 땐 놓치기 쉬운 감정들이, 그 자리에 머무르며 차오른다. 마시던 커피 한 잔이 특별해지고, 지나가던 아이의 웃음이 여행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진짜 여행의 깊이
진정한 여행자는 '많이' 본 사람이 아니라, '깊이' 본 사람이다. 천천히 걷고, 가끔 멈춰 앉아, 낯선 곳에서의 익숙한 순간들을 마주하는 사람.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여행을 하며 얼마나 많은 장소를 찍었는지가 아니라, 몇 번이나 앉아 그 자리를 마음에 담았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느리게, 그리고 자주 멈춰보세요.
여행이 더 깊고 진하게 다가올지도 몰라요.반응형